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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부심 에디터들의 직언직설 수다방! <빨래를 기다리며> 제1편 - 지독했던 폭염, 그리고 전기요금

 

2016년 서울 동대문에서, 배출구로서의 빨래터가 부활했다!

 

어릴 적, 시골 외할머니 댁 쪽마루 한켠에는 항상 정체불명의 몽둥이 세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중 둘은 공들여 깎은 듯 둥글었는데, 누가 봐도 단박에 한 쌍임을 알아챌 만했다. 남은 하나는 그에 비해 넓적한 모양이었다. 어린 소년의 눈에는 그저 다 흉기였다. 슬쩍 들어보면 꽤나 묵직해서, 힘도 없을 할머니가 누굴 그렇게 잡아 패려고 이런 무시무시한 것들을 집에 두나 싶었다. 혹시 나는 아닐까 싶어 그 후 얼마간 할머니 말을 잘 들으려 애썼던 기억도 난다.

 

지금이야 웃을 일이지만, 둥근 한 쌍은 홍두깨요 넓적한 건 빨래방망이였다. 할머니는 내가 태어날 무렵까지만 해도 더우나 추우나 그 무거운 것들을 손수 휘둘러가며 빨래를 하셨다. 삼촌이 들여 준 세탁기 덕에 이제는 먼지나 뒤집어쓰는 신세가 됐지만, 그래도 할머니는 가끔 그 빨래방망이를 들고 이웃 아낙네들과 빨래터로 향하던 때가 그립다고 했다. 두런두런 둘러앉아 빨래를 후드러패며 한바탕 떠들고 나면 고된 농사일도, 집안일도 버틸 만 했단다. 과거 우리네 할머니들에게 빨래터는 감정의 배출구였던 셈이다.

 

2016년, 서울 동대문에서, 배출구로서의 빨래터가 부활한다. 물론 흐르는 시냇물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그림은 아니다. 세탁기 대중화도 어언 30년, 손자들이 사는 세상에는 24시간 돌아가는 코인빨래방이 있다. 1인 가구의 상징과도 같은 장소다. 그 옛날 할머니들의 자리 역시 손자들이 채운다. 당신들의 애환과 꼭 같진 않더라도, 나름 퍽퍽한 삶을 살고 있어 떠들 거리가 많은 <동대문부심> 에디터들이 먼저 둘러앉았다. 고도를 기다리듯 비장한 마음까지는 아니더라도, 빨래를 기다리며 세상사에 거침없이 한바탕 떠들고 싶은 동대문주민은 누구든 오라. 빨래방의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빨랫감은 없어도 된다). 첫 번째 수다에는, 지독히도 무서웠던 2016년 8월의 폭염에 관한 단상들이 모여 있다(엄밀히는 더위보다 더 무서운 전기요금에 대한 아우성으로 가득하다).

 

* 동대문부심 에디터들의 직언직설 수다방 <빨래를 기다리며>에서는 동대문 주민 여러분의 활발한 참여를 기다립니다. 게스트 참여 신청은 yri2001@naver.com

 

 

<빨래를 기다리며> -제1편- 지독했던 폭염, 그리고 전기요금

 

*이 대화는 지난 8월 20일 동대문구 이문동 'XX빨래방' 근처에서 진행된 <동대문부심> 에디터들 간 '살발한(?)' 대화를 편한 말투로 부드럽게 각색한 것입니다.


#12시 03분, 세탁: 더워서 잠을 설친 건 올해가 처음이야

 

2016년은 지난 1994년과 더불어 '기록적인 폭염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사진=imbc.com]

 

박피디/ 26세, 동대문구 마을미디어 <ON동네방송국> 운영진 보거스 왔다. (일동 시선집중) 뭐야 뭐, 어디 이사가? 뭔 빨래가 이렇게 많아?

 

보거스/ 25세, 대학생, 변태 아 그러니까요. 하루에 샤워를 몇 번씩 하니까 팬티, 수건이 남아나질 않아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니 이거 원. 형 남는 속옷 있어요? 아님 같이 사러 안 가실래요?

 

박피디 뭔 더러운 소리야 그게.

 

홍구형/ 32세, 뮤지션 아, 올 여름은 진짜 장난 아니야. 가뜩이나 난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밤에 선풍기를 강풍으로 계속 틀고 자도 아침에 일어나면 땀범벅이야. 원래 우리 집이 그렇게 더운 집은 아닌데, 올해는 진짜 더워.

 

김국장/ 27세, <ON동네방송국> 국장 나도 살면서 더워서 잠을 설친 적은 올해가 처음인 것 같아. 땀이 온몸을 적셔서 자다가 깨고, 자고 일어나도 항상 피곤하고.

 

소진쌤/ 40대 미녀 주부, 생활꿀팁 전문 나는 작년에야 비로소 나이 드신 분들이 선풍기 바람을 싫어하는 이유가 이해가 되더라고. 찬바람 맞는 게 너무 싫은 거야. 근데 1년 만에 포기. 선풍기 ‘올나잇’ 아니면 잠을 못 자겠더라. 그것도 모자라 페트병 얼려서 수건으로 감싸고 껴안고 잤다니까. 여기서 <동대문부심>의 새로운 콘텐츠 ‘엄마가 알려줄게’ 홍보 겸 생활꿀팁 하나! 왜 선풍기 오래 켜면 모터가 뜨거워지잖아. 그거 오래 놔두면 선풍기 열기 때문에 더 덥고 자칫 고장날 수도 있잖니. 근데 거기에 알루미늄 캔을 붙여놓으면 안 뜨겁다는 사실!

 

지은피디/ 23세, 대학생 다들 에어컨은 안 트세요?

 

홍구형, 김국장 우리 자취방에 에어컨이란 없다!

 

박피디 있어도 무서워서 잘 안틀지. 전기세 때문에.

 

여기자/ 24세, 대학생 저희 집엔 거실에 스탠드형 한 대 있어요. 올 여름이 확실히 더운 게, 사실 에어컨 때문에 전기세가 얼마나 나오는지 정확히는 잘 몰라도 부모님은 진짜 안 트셨거든요. 틀어도 ‘아들들 너네 더우니까 틀어줄게’ 약간 이런 느낌? 근데 올해는 정말 에어컨 없이는 못 살겠더라고요. 그래도 여전히 방문 다 닫고 거실만 트시긴 하던데.

 

소진쌤 전기 누진세 진짜 겁나지. 우리 집은 이제 곧 이사 간다고 에어컨 연결을 안 해놨는데. 보통 여름 같으면 낮에는 참고, 저녁에 애들 집에 있을 때만 서너 시간씩 튼다고 해도 전기료 10만 원이 그냥 넘어 버려. 그것도 작년 얘기지. 올 여름 같으면 낮에 어떻게 참냐고.

 


#12시 17분, 헹굼: 전기요금은 세금이 아니야!

 

이번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전기요금 누진제' 논란이 뜨거웠다. [사진=삼성생명]

 

홍구형 근데 누진세가 맞는 거야, 누진제가 맞는 거야?

 

보거스 뭐 말이야 다 통하지만, 정확히는 누진제가 맞아요. 사실 아까도 다들 누진세, 전기세 하셨는데 전기를 쓴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과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세금은 다르거든요. 그런데 전기세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걸 보면 우리 머릿속에 전기요금은 이미 세금처럼 인식돼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결국 그만큼 지금 누진제가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서 ‘징벌적’ 과세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생각해요.

 

소진쌤 뭔가 인생을 잘못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야. 왜 몰랐지?

 

지은피디 사실 저희 같은 1인가구보다 가구원 수가 많은 저소득 세대가 더 문제에요. 전기요금 누진제를 완화하면 이게 결국 부자감세 아니냐 하는 말도 있는데, 전기사용량이 꼭 소득에 비례하지만은 않잖아요. 한 집에 사람이 많이 살면 당연히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죠. 실제로 4인가구가 하루에 8시간 에어컨 틀면 30만원이 넘고, 제 친구 집도 평범한 5인가구인데 정말 전기요금이 50만 원 이상 나온 적이 있대요. 이게 과연 정상이냐는 거죠.

 

소진쌤 다가구나 다자녀 할인 혜택이 있긴 있어. 최대 12000원까지 깎아준대.

 

홍구형 그걸 혜택이라고.

 

김국장 어떤 지체장애 2급 장애인은 단칸방 자기 집에서 인형 포장하는 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데, 먼지가 너무 날리고 날도 너무 더우니까 공기청정기랑 에어컨을 틀었더니 전기요금이 41만원이 나왔다는 거야. 이래도 전기요금 많이 내고 싶지 않으면 에어컨 틀지 말고, 공기청정기 쓰지 말라고 말할 수 있어? 이건 생존과 직결된 문제잖아.

박피디 생각해보면 전기요금 누진제 말 많다는 뉴스는 어릴 때부터 봤던 것 같아. 만날 고치자고 말만 하면서 미적거린 거지. 그러다 올해 기록적인 더위에 사람들이 폭발한 거고. 특히 산업용, 일반용 전기에는 누진제도 없고, 사용료도 굉장히 싼데 가정용 전기만 봉으로 보는 듯한 느낌에 더 열이 받아.

 

소진쌤 맞아. 이러다 막상 블랙아웃 되면 제일 먼저 전기 끊는 게 아파트고 일반주택이지.

 

보거스 박피디님 말에 동감해요. 가정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의 13% 수준밖에 안 된다는데, 블랙아웃 걱정되면 기업이 아껴 쓰고, 에어컨 틀었는데 문 열고 장사하는 가게들 잡을 생각은 안 하고 집에서 하루 4시간만 틀어라? 바로 욕 나오는 거죠. 너나 그렇게 해라!

 

홍구형 전기 누진제가 처음 도입된 게 1970년대 오일쇼크 때야. 에어컨이 사치품일 때, 전기 모자라서 기업들 수출 못하면 안 되니까 집에서 아끼라는 거지. 2016년에도 그때 생각을 계속 갖고 있다는 게 그저 놀라울 뿐이야. 물론 그때는 지금보다 누진구간이 심하긴 했다지만. 아무튼 이번 전기요금 문제는 아직도 우리나라가 일반 서민들의 삶보다 기업을 더 우선시하고 있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아 뭔가 씁쓸해.

 

여기자/ 음모론자 산업용 전기가 싼 데에는 아무래도 기업의 로비가 있겠죠. 그리고 집에서 에어컨 네 시간만 틀라는 발상은…….집에 있지 말고 밖에 나가서 돈 써라, 이거 아닐까요?

 

홍구형 창조경제다! 대단한 음모론이야.

 

김국장 이번 전기요금 논란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소통의 문제를 느낀 게, 국민들 사이에서 지금 체계가 비상식적이라는 여론이 있는데 국가에서는 뭐 하나 명쾌하게 답해주는 게 없어. 가정용 전기 사용량이 13%밖에 안 되는데 왜 우리만 쥐어짜나, 누진구간 책정 기준이 뭔가, 산업용 전기는 원가가 대체 얼만가, 궁금한 것 투성인데 설명은 안 해주고  네 시간만 쓰면 된다고 하니 답답한 게 해소가 안 되는 거야.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하니까.

 

홍구형/ 뇌과학 마니아 소위 엘리트 의식에 젖어 있는 공무원들은 국민에게 행정 서비스를 한다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같아. 꼰대정신만 가득해서 유연한 사고를 못 해. 사실 뇌과학적으로도 사람 두뇌는 나이가 들수록 경직될 수밖에 없다고는 해. 익숙한 데 천착하려는 경향이 생기는 것도 그 때문이고. 뭐 사실 소크라테스도 “요즘 젊은 것들은 싸가지가 없다”고 궁시렁거리며 다녔대. 하지만 그 익숙한 것에 대해 ‘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너희는 그냥 따라오면 돼’ 하는 건 하늘과 땅 차이지. 성숙한 사회일수록 모든 공동체 논의는 개인을 존중하는 가운데 출발해야 한다고 봐. 자기가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소통을 거부하고 위에서 군림하며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의사결정구조는 옳지 않아.

 


#12시 38분, 탈수: 민영화와 상용화? 가만히 있으면 아무 것도 안 바뀐다

 

조셉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에 등장하는 2011년 월가 시위 장면. [사진=CNN]

 

지은피디 아까 박피디가 얘기한 것처럼, 누진제 문제가 언급된 게 이미 십 수 년인데도 이렇게 일 처리가 지지부진한 걸 보면 공무원 특유의 복지부동 문화에도 원인이 있는 것 같아요. 이번에도 가만히 있다가 대통령이 말 한마디 하니까 한나절 만에 부랴부랴 대책을 만들어 내잖아요. 누가 시키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는 거예요 그냥.

 

여기자 군대 마인드죠. 저거 분명 고쳐야 되는데 귀찮으니까 아무도 안 나서는. 공무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뭐겠어요. 활력 없고, 그냥 널찍하게 있다가 시간 되면 퇴근하는 그런 모습이 떠오르잖아요. 그래서 사기업에서는 공무원 출신 경력자를 알게 모르게 기피한대요.

 

보거스 그래서 일각에서는 전기도 미국처럼 민영화를 해버리자는 얘기도 나와요. 민간업체끼리 경쟁 붙이고, 고객이 요금제도 선택할 수 있게.

 

여기자/ 아재 민영화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린단 말야.

 

박피디/ 아재2 상용화는 어때?(여기자의 이름은 민영, 박피디의 이름은 상용이다_편집자 주) 웃자고 한 얘기고, 민영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해. 옷을 잘못 입었으면 다시 입어야지 아예 벗겨버리자는 얘기가 왜 나와. 지은피디 말대로 정부에서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합리적인 정책 금방 만들어낼 수 있어. 공무원들이 얼마나 똑똑한데. 의지의 차이야 이건.

 

소진쌤/ 투사 얼마 전에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가 쓴 <불평등의 대가>라는 책을 읽었는데, 거기서 등장하는 월가 시위(Occupy Wall Street)를 보고 느낀 게 있어. 결국 가만히 있으면 아무것도 안 바뀐다는 거야. 사실 지금 기득권층은 가정용 전기세가 어떻든 별 상관이 없어. 뭐가 아쉬워서 총대 메고 가정용 전기요금 내리고 산업용 일반용 올리자고 나서겠어. 아쉬운 놈이 우물 판다고, 결국 대중들이 연대하고 떼를 지어 나가서 목소리를 더 크게 내야 한다고 생각해. 이러다 결국 여름 지나고 나면 흐지부지되고 말 걸?

 

보거스 의외로 급진적이셔요.

 

소진쌤 엄마 세대 입장에서, 우리는 애보랴 일하랴 나설 힘이 없어. 더 나이 드신 분들은 어떻겠어. 더우면 그냥 참는 거야. 사실 가장 힘 있고 나설 수 있는 건 젊은이들인데, 이번 이슈 같은 경우는 싱글 세대가 많은 젊은 층하고 맞바로 직결되는 문제는 아닌 것 같더라고.

 

홍구형 싱글세 같은 거 나오면 뒤집어지는 거야 그냥.

 

김국장 저는 생각이 좀 다른 게, 젊은이라고 나설 수 있는 힘이 있을까요? 장년층 못지않게 피폐한 삶을 살고 있는 게 요즘 청년들이에요. 사는 게 힘들면 저절로 당장 눈앞에 닥친 일밖에 볼 수 없게 되고, 딴 데로 눈을 돌릴 여유가 없어지죠.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젊은이들의 삶이 자꾸 파편화, 개인화 되어가고 있는 것도 연대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인 것 같아요.

 

직언직설 수다방 <빨래를 기다리며>에서는 동대문 주민 여러분의 활발한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 신청은 yri2001@naver.com


#12시 53분, 건조: 나선다고 바뀐답니까?

 

보거스/ 오늘의 MC 탈수 끝! 그럼 대안은 뭘까요.

 

여기자 가정용 요금을 좀 내려서 현실화하고, 사실 한전에서 종별 원가를 공개 안하고 있는데 적자 볼 것 같으면 산업, 일반용을 올리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세계적으로 봐도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너무 싸서, 미국에서는 우리 철강 수출품에다 반덤핑 관세도 엄청 매겼대요. 기업들이 전기료 겁나면 야근부터 없애 보자고요. 얼토당토않은 얘기라고만 생각 말고, 이번 기회에 기업 문화를 아예 바꾸는 거예요. 저녁이 있는 삶. 얼마나 좋아요.

 

소진쌤 원가만 투명하게 공개한다면 원가연동제를 도입하는 게 합리적인 것 같은데, 나중에 원가 비싸졌다고 가격 올려놓고는 다시 안 내릴까봐 그게 걱정이야. 예전에 우유 원가연동제 때도 올릴 때는 확 올렸다가 낙농업계 보호한다는 구실로 내리는 데는 엄청 소극적이었잖아.

 

여기자/ 음모론은 계속된다 우유야 안 먹으면 그만이지, 전기는 안 쓰고 살수가 없잖아요. 한전이 원가를 공개 안 하는 데는 분명 뭔가 숨기는 게 있어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김국장 여기자 말대로, 전기는 필수재죠. 저는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전기를 국민과의 거래 대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민영화가 대안이 될 수 없는 이유도 마찬가지죠. 수지타산을 따지기 전에 국민생활수준에서 어느 정도면 먹고 사는 데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우선 아닐까요. 일반 서민 가정에서 한 달에 전기요금으로 50만원을 내고, 장애인이 41만원을 내는 나라는 정상적인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정책을 마련하는 사람들이 경영자의 마인드가 아니라 보호자의 입장에서, 가격이 아니라 국민 기본권의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봤으면 좋겠어요.

 

홍구형 국민의 알 권리 역시 중요한 기본권이야. 한전이 원가부터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해.

 

박피디 누진제는 현실적으로 완화하되, 제도 자체는 유지하는 게 좋다고 봐. 갈수록 지구가 더워지는 게 결국 온실가스 때문인데, 무분별한 배출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통제 장치는 필요해. 산업 쪽에서 가정용의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현명한 방법을 함께 찾아야 해.

 

지은피디/ 좌절한 청춘 에디터님들 생각에 대체로 공감해요. 그치만 저는 지금 우리 사회 구조 자체가, 아무리 문제점을 얘기하고 들고 일어나도 그 목소리가 수용될 수 있는 구조인가 회의감이 들어요. 국민들은 더위에 신음하고 있는데 대통령은 긴팔 입고 샥스핀이나 먹고 있고, 이런 상태에서 어떤 변화를 기대하는 건 힘들지 않나 생각해요. 비단 전기요금 문제를 떠나 요즘 젊은 세대들은 ‘하면 된다, 나서면 바뀐다’ 이런 희망을 느끼지 못해요.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모든 정책결정권을 쥐고 흔들고, 미디어가 국민의 여론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지도 의문이고요.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소진쌤 아마 지은피디가 느끼는 무력감은 세월호 참사 이후 사람들 사이에서 부쩍 심해진 것 같아. 온 국민이 큰 상처를 받았는데, 이후 바뀌는 게 없는 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절망한 거지.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 스스로 사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 아까도 말했지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우릴 지켜주지 않아. 우리가 우리 문제에 관심을 갖고 알아야 해. 결국 우리 <ON동네방송국>도 그런 창구 역할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고.

 

보거스/ 어서 뽀송뽀송함을 느끼고 싶은 자취생 건조 다 됐다! 저는 공사가 다망해서 어서 가볼게요. 다음에 또 봬요!

 

박피디/ 역시 속옷이 모자랐던 자취생2 야 팬티 사러 간다며? 같이 가.

 

김국장 그런 얘기는 좀 작게 해 제발. 저도 가볼게요. 모두 다음에 만나요!

 

정리=보거스

* 동대문부심 에디터들의 직언직설 수다방 <빨래를 기다리며>에서는 동대문 주민 여러분의 활발한 참여를 기다립니다. 게스트 참여 신청은 yri2001@naver.com